🔵파란 피의 투구게, 백신 개발 일등공신!
보통 동물의 피라고 하면 우리는 "붉은 색"을 떠올리고 실제로 붉은 피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일부 생물은 파란 피를 가지고 있답니다. 거미나 오징어, 문어, 투구게 등이 그러한데요, 그들은 왜 파린 피를 가진 것일까요?
그리고 이름도 생김새도 생소한 투구게가 인간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푸른 혈액을 가진 이유
파란 피는 혈색소인 "헤모시아닌" 때문입니다. 헤모시아닌은 산소 운반에 이용되는 금속으로 Cu(구리)를 가지고 있는데, 구리가 산소와 만나면 푸른 색이 되기 때문입니다. 산소를 만나기 전에는 무색이랍니다. 헤모글로빈에 비해 산소와 결합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낮은 온도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기에 유리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마도 오늘의 주인공 투구게가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거겠지요.)
참고로, 사람은 혈색소가 "헤모글로빈"이죠. 헤모글로빈은 Fe(철)을 갖고 있어 산소와 결합했을 때 선홍색을 띠며 산소가 없을 때는 암홍색을 띱니다.
멸종 위기의 투구게라는 절지류는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은 아닙니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투구게는 공룡보다 훨씬 이전인 대락 4억 6000만년 전부터 지구상에 살아온 해양동물입니다.
인간에게 투구게의 푸른 피가 필요한 이유
투구게는 독특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몸 안에 항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량의 독소나 세균이 침투할 경우 즉시 혈액을 응고시켜 자신의 몸을 보호합니다. 바로 이러한 독특한 특성 때문에 투구게의 푸른 피가 의료용 시약의 원료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사람에게 주입되는 모든 물질은 이 시약으로 시험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지난 코로나 19 백신 개발 때도 수십만 마리의 투구게가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투구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투구게는 포획된 뒤 심장 주변에 구멍을 뚫고 산 채로 혈액의 30%, 최대 400㎖를 채혈합니다. 피를 뽑는 과정에서 10%가량은 죽음을 맞게 되고, 채혈 수 24~72시간 내에 바다로 돌려보내도록 되어 있으나, 극심한 출혈로 인해 투구게들은 바다로 돌아가서도 오래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동물보호단체들의 우려입니다.
투구게 개체 수의 극감은 생태계의 교란 뿐 아니라 투구게들의 생식 본능 자체를 변질시켜 멸종위기종인 투구게가 정말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투구게를 대체할 시험법
그러나 투구게의 이러한 사투는 곧 진정될 수 있을 듯합니다. 영국 FT에 따르면 프랑스 은행그룹 BNP파리바 자산운용본부가 최근 세계 우량 제약 회사들에 편지를 보내 "투구게의 혈액 대신 <재조합 C인자>라는 시약을 의약품 실험에 사용해 달라고 촉구하면서 투구게의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2023년 6월 식약처 역시 대한민국약전 개정을 통해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때 이뤄지는 독성 실험에서 투구게 혈액 사용을 대체하는 시험법을 시행하겠다고 공고했다고 합니다.